우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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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있는 식사

0708비건페스타,비욘드미트 버거

유령어쩌구 2019. 7. 8. 18:03

 

지난 주말 비건페스타에 다녀왔다. 항상 바쁘지만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갔다.(예매를 해두어 버린 것도 엉덩이를 떼는 데 한 몫 했다.)

  이런 행사에 가본 적이 없어 다른 페스타랑 분위기가 다른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하나 확실한 건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중간사이즈 창작온리전 규모랑 비슷할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비건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비건페스타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아무래도 작다보니 종류가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건식품 구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것을 생각하면 생활반경에서 구할 수 있는게 그만큼만 있다면 동물성식품 굳이 안먹고 진짜 편하고 육식 할 때와 과 큰 다름 없이 살 수 있겠다 싶었다.

  돈 많이 쓸 생각은 없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사고싶은 게 많았다. 자제했고 별 거 안 샀는데 7~8만원은 쓴 것 같다. 사진을 다 찍었어야하는데 안 찍어서 없다. (그리고 부스와 판매처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판매자분들께 죄송하고 아쉽다.)

 

  사온 거는 패션후르츠 청, 흑당밀크티액, 비건빵(이름을 모르겠는 한 군데서 베이글, 쌀스콘 우부래도에서 백미식빵, 버거번), 비건버터, 비욘드미트, 콩으로 만든 간식같은거(친구한테 선물받았다.) 그리고 거기서 (사)먹은 건 초코소프트아이스크림, 비건강정,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김밥, 사과레몬당근 휴롬착즙주스

  패션후르츠청과 흑당밀크티액은 한 병에 16,000원 두 병 세트에 3만원이었는데 선물용까지 총 세 병을 했고 병 당 15000원으로 맞춰주셨다. (45000원) 비싸긴한데 평소에 음료수를 많이 사먹는 편이라서 값은 좀 비싸도 이게 더 건강하지 않을까 약간 정신승리하며 샀다. 물론 맛도 있음. 설명해주시는데 너무 맛있다고 주접떨고 세 병이나 샀더니 쿠킹클래스 들으러 오실 것 같다고 전단지 주심.. 식당에서 나가면서 사장님이나 직원분이 말걸면 아 너무 맛있었어요(정말로 맛있어서 하는 소리긴하지만 일단 그냥 인사임..) 하는 편인데 얼마 전에 다른 가게에서도 했다가 그 직원분이 좀 길게 얘기하신 적이 있어서 이 칭찬이 너무 적극적인 행동인가 싶어졌다. 암튼 쿠킹클래스는 저를 너무 잘못보셨네요 싶었다. 나는 쿠킹클래스에 가기엔 너무 게으르고 바쁘다...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는 비용과 더불어 평소 먹던음식을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없다는 점인데, 제일 크게 느낄 때가 빵먹고 싶을 때이다. 근처에 비건베이커리가 없으면 배달시켜야되는데 빵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배송비 감수하며, 처리해야할 포장쓰레기도 받아가며 구매하는게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그래서 빵먹는 횟수가 크게 줄었는데 원래는 빵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보다도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사오자마자 같이 사온 비건버터랑 발라서 먹었고 금방 사라졌음. 비건 빵을 여지껏 많이 먹어보진 못했지만 사온 빵들이 먹어본 비건빵 중 제일 맛있었다. 식빵이 양이 정말 적은데 4천원이었고, 버거번은 2개 든 한 봉지가 3천원/쌀스콘이랑 베이글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두개 해서 5천원이었던 것 같다. 비싸지만 재구매의사 있음. (우부래도만 기억나고 다른데는 기억안나는게 문제지만)

  베이글은 처음 깠을 때 약간 마른 멸치 같은 냄새가 났고 묘하게 쫀득쫀득해서 내가 생각한 베이글맛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괜찮았다. 스콘은 식감이 좀 더 부슬부슬하고 씹으면 더 눅눅한느낌인게 쌀가루라 그런것같았는데 아무튼 씹다보면 느끼하기도하고 꽤 맛있었다. 그리고 식빵이랑 버거번은 딱히 비건빵이라는게 의식되지 않는 맛이었다. 비건빵은 좀 퍽퍽한 경우가 많아서 신기했음. 우부래도는 논비건 빵이랑 같이 비교해도 맛있는 베이커리일 것 같다. 조만간 가게 방문을 하고싶다.

  비건버터는 거기서 시식용으로 되게 얇은 빵같은거에 구워서 내놓은게 너무 맛있어서 사버렸고, 기본맛, 흑마늘맛 이렇게 두개를 샀다. 왜 두개나 샀냐면 충동구매였음.. 콩으로 만든 발효버터라고 하고, 처음 먹었을 때 코코넛 향이 난다고 느꼈다. 발효식품이라 상온에 두면 폭발하니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하라고 하셔서 조금 무서웠다. 권장섭취기간도 들었는데 다른거 기간이랑 섞여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10일인가로 굉장히 짧아서 일주일동안 버터로 뭘 해먹어야할지 고민중이다.(가격은 5900원, 6900원 이었음)

  비욘드미트는 오늘 버거를 해먹어보았는데(이 비욘드미트버거 후기가 오늘 일기를 쓰기로 맘먹은 원래 이유임!) 결론부터 말하면 맛있었다! 비욘드미트도 가격이 꽤 있는데(온라인가 12900원, 페스타 마지막날 할인가 10000원) 후기중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좀 있어서 미루고있던 차였는데 마침 버거번도 옆에서 살 수 있길래 좋은 기회라 신나서 샀다.

  버거번을 한 면엔 비건마늘버터 발라서 굽고, 다른 한 면은 그냥 구워서 마요네즈를 바르고, 상추(양상추가 없어서 대신)와 양파를 넣고 버거패티를 올린 버거를 만들었다. 고기를 오래 익히면 안에 수분이 다 빠져서 맛이 없어지니 조리시간은 3분정도, 가운데가 핑크색~붉은 기가 있는 상태에서 먹으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구웠다. 원래 고기 날 것을 싫어했어서 붉은 기 있는게 불안하고 싫었는데 맛없어진다니까 불안해서 일찍 내렸다. 당연하지만 막상 먹으니까 날 것 맛 같은 건 안 느껴지고, 진짜 버거패티같은 향과 맛이 났다. 맛 없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그사람들의 맛없는 이유가 뭐였을지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 그냥 입맛차이라기엔 엄청 혹평하는 후기도 있는데 비건식이라 의식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못느끼는 엄청 특이한 점이 있는 건지.

 패티가 온라인가로 하나에 6500원 정도인 셈이고, 비건빵은 1500원, 비건버터 조금, 소이마요 조금, 상추와 양파 조금 하면 500원어치정도 들어가려나? 단촐하게 집에서 해먹을 때의 소비자가 원재료값만 8500원이니 상당히 비싸지만 비건식품이 전반적으로 좀 비싸다는 점과 일반 버거세트도 요즘엔 상당히 비싸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식으로 가끔씩 해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찾아보니 동원F&B동원몰 세트상품으로 나온 것 중 버거번(6개입)과 비욘드미트3팩에 33000원에 파는 게 있어서 이렇게 구매하면 가격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냉동실 좀 정리하고 사서 넣어두고싶다.

  비욘드미트를 찾아볼 때 '너무 동물 살 같아서 기분나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길 봤었는데 그런 사람은 그냥 판매타깃이 아닌거고, 이런 얘기는 딱히 이 제품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물을 먹는 행위 자체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비슷한 것 자체도 괴롭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이 제품은 나처럼 동물을 먹는 행위자체보다는 공장식축산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사람들 또는 대체재가 있다면 동물 소비를 그만두겠다고 고려하는 사람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고보면 비건식품 시장에도 '고기 또는 기존에 먹던 것과 비슷한 것을 먹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고기 비슷한 것도 먹고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제품' 이라는 큰 두 갈래의 컨셉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혀가 좀 아린데 패티향때문인지 양파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아주 맛있게 먹었고 역시나 재구매 의사가 있다.

 

  비거트랑 삼육식품의 김치볶음밥, 밥에 비벼먹는 야채뿌비또같은 것, 일본제품중에 이것저것 소스로 나온 게 궁금했는데 지갑사정도 그렇고 이것저것 고민되는 점들이 있어서 구매를 안 했다. 근데 맛있어보였어서 궁금하다. 역시 이름을 적어놨어야 하는데.. 나중에 어딘가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길.

 

  쓰다보니 힘들어서 그만쓰고싶은데 그래도 먹은것까지 후기를 간단하게라도 남겨야겠다. 제로스쿱의 아이스크림 정말 초코맛이 진하고 맛있었다. 통으로도 팔던데 곧 와디즈 펀딩이 열린다고 홍보중이었어서 기대된다(와디즈 알림신청하면소프트아이스크림 한 컵에 천 원). 비건강정은 두조각사서 친구랑 한알씩 먹었는데 양념이 내 입맛엔 좀 시었지만 맛자체는 그냥 닭강정같았다(두조각에 천 원). 강정은 껍데기맛이 반이라 비건식으로 만들기 정말 좋지 않나 싶었음. 떡볶이랑 김밥은 그냥 평범하게 분식맛이었고 어묵 대신 유부를 넣은게 맛이 괜찮았다. 단무지를 원래 안좋아하는데 여기 꼬마김밥은 단무지도 별로 시지 않고 괜찮았고, 사이즈도 먹기 좋고 참기름맛이 고소하니 맛있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먹은 착즙주스. 착즙주스라는말이 왜이리 웃긴지 모르겠다.. 당근맛 많이 날까봐 불안했는데 괜찮았다. 6천원이었는데 텀블러에 담아달라고했더니 500원 할인되었다. 먹은거 다 맛있었네... 동네에 이런거 다 파는 비건상점 있으면 좋겠다.(하다못해 구에 하나정돈 있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쓰레기를 줄이자고 개인용 수저를 가져오길 권한다는 얘기를 봤는데 별로 쓰는 사람이 없고 보통 다들 이쑤시개를 비치해두셔서 그걸 사용했다. 수저 들고다니기가 좀 그래서 나도 분위기 따라서 이쑤시개를 거의 사용했다. 기념품으로 입장할 때 수저를 한 벌씩 주거나 유상대여해서 사용하고 반납하는 형식은 어땠을까 생각했음.

 

  아무튼 재밌었고 나중에 또 하면 가볼 것 같다. 룰루